2009년 9월 즈음에 아는 지인의 소개로 기술이라곤 밀고 당기는 것 밖에 몰랐던 제가
이력서를 쓰는 이 순간에 진정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로 처음에 하였던 입선 하면서 밀고 당김의 그 일이 진정 단 한가지도 기술적인 부분이 없었을까?
-하자 본다는 이유로 굳이 전혀 상관없는 철근까지 들어내면서 남의 집을 뿌셔야 했을까?
-왜 입선을 하면서 어느 장소에는 불필요하게 전선의 여장을 주면 그게 다 돈이라는 것을 아는가?
-왜 입선을 하면서 어느 위치에는 충분하게 전선의 여장을 남겨놔야 품이 덜 들어가는 것을 아는가?
-어떻게해서 전등에 불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사수가 시키대로 색깔놀이한 그 조인트 박스에서의 와이어 콘넥터는 이탈하지 않게 돌려놨는가?
-점심 시간 틈내서 연습한 스틸 배관 16스틸을 왜 선배분들은 시카고 밴딩시에 22사이즈에 꼽고 밴딩하였는지 이젠 아는가?
-내가 접은 45도 트레이에 공중에서 앉은체로 누군가는 그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걸고 풀링할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는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현장의 누구를 만나게 되어서 그로 인해
지금까지 나름대로 해왔던 나의 작업 품질, 시공 능력, 효율성을 다 버려 버리고 새로 배우라 한다면
과연 나는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 이득인가? 아니면 초심과 경청의 쓴 선택을 하는 것이 이득인가?
그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40대가 되면서 세상에 태어나 기술직은 형틀 목수와 컴퓨터 AS까지 해보면서
그나마 제일 길게 해온 전기설비일이 이젠 두 아이의 아버지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만큼 어떤 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쓴다 한들, 가벼이 나의 안전을 생각하지 말며, 그렇다고 레벨이 낮은 생산성과 시공 품질을 회사에
제공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하고, 또 합니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어느 현장에서 만나던지 좋은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많이도 말고 딱 한분만 만나고 싶습니다. 공적으로는 호랑이여도, 돌아서면 호탕하시고, 직무를 떠나 어떤 일을 하여도 남에게는 알리지 않는 자신만의 자부심과 정직, 그리고 그것이 바로 종교같은 매력이 되는 그런 분이였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분에게 얻은 것들을 언제 만나게 될 지 모를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